캔맥주 마실 때마다 날 짜증나게 하는 게 하나 있다. 캔따개를 딸 때마다 손톱이 아픈 것이다. 손톱으로 따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손가락은 들어가지 않고 손톱에만 걸렸다. 할 수 없어서 끌어올리면 손톱에 걸리는 병따개의 압력이 온몸에 전해져 소름이 끼쳤다. 그런데 엇그제 캔맨주를 따는데 손톱의 압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캔따개가 자연스럽게 손끝에 걸리더니 캔뚜껑이 팟하고 열렸다. '손톱이 아프지 않고도 딸 수 있는 캔맥주가 있구나.' 이날 내가 산 맥주는 국산 맥주가 아닌 일본 아사히맥주였다. 국산맥주는 왜 손톱이 아플까? 손톱이 아프지 않고서도 캔따개를 딸 수 있다는 걸 알고서야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국산 캔맨주를 사서 캔따개 부분을 살펴봤다. 먼저 OB맥주다. 캔따개에 손가락을 걸 ..
부산에서 일본인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동광동이다. 동광동의 부산호텔은 일본인 전용호텔이라 할 정도로 일본인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거기서 부산데파트에 이르는 거리는 일본어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즐비하다. 일본인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상가가 밀집해 있는 건 지리적 잇점 때문만은 아니다. 동광동의 일본인 거리는 그보다 더 근원적인 역사적 유래가 있다. 1876년 조선을 강제로 개항시킨 일본은 년 50엔을 주고 부산에 일본의 전관거류지를 만들었는데 바로 그 거류지의 중심 지역이 지금의 동광동이다. 동광동에 거류민을 위한 일본영사관이 세워졌고 1910년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면서 영사관은 부산의 행정 중심인 부산부청으로 바뀌었다. 해방 후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은 그들이 익숙한 동광동을 먼저 ..
해운대 동백섬 쪽에 있는 인어상이다. 근데 느낌이 이상하다. 우리가 보통 보던 인어상과는 좀 다르다. 얼굴이 한국인을 닮은 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데 몸매가 인어공주라 하기엔 좀 그렇다. 굵은 팔뚝과 두둑한 뱃살이 우리가 기대한 인어공주의 몸매는 아닌듯. 뒤를 보니 더 심하다. 등판이 태평양처럼 넓직한 게 딱 아줌마 등판이다. 삐져나온 허리살은 어머니 뒷모습 같아 친근한 느낌까지 준다.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해운대 인어상은 리얼리즘의 정수라 할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인 아줌마 몸매다. 왜 해운대 인어상은 인어아가씨가 아니라 인어아줌마일까? 인어상 옆에 설치된 안내석을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해운대 인어상이 모델로 한 것은 공주가 아니라 왕비다. 왕자를 흠모하다 물거품이 된 그런 애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