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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학교 교과서입니다. 국가생활이란 제목으로 봐서 아마 지금의 사회교과서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부산구덕운동장 앞에 주말마다 골동품 장터가 열리는데 몇년 전 거기서 샀던 책입니다.
단기 4289년도인데, 서기로 환산하면 1956년입니다. 전쟁이 끝난지 3년째 되는 해이고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던 때죠.
역시 교과서 내용은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유를 들면서 성서의 내용을 인용했네요.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이 책엔 기독교 관련한 인용이 여러개 있지만 다른 종교는 하나도 없습니다.
당시 공산당 당수 박헌영이 한국이 "그(소련) 연방에 포함되는 것이 좋지 않는가?"라고 한 말을 두고 공산주의자들이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승만독재의 앞잡이 이기붕씨 칼럼도 실려 있습니다. 바로 그 아래에 조선일보도 보입니다.
공산주의라면 치를 떠는 걸로 보아 이 책은 분명 우파적, 그것도 극단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을 보면 진보적인 냄새가 꽤 납니다.
94페이지에 있는 '노동자의 보호' 부분입니다. "노동자 자신들끼리 단결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본가와의 거래에 있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노동조합의 의의에 대해서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95페이지에서도 노동자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비로서 산업이 발전하고 국가경제가 확립되고 국가의 전체적 발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8장 현명한 사회생활의 한 파트인 사회 정책의 개선에선 약자에 대한 관심이 더 두드러집니다.
"자유경제조직으로 말미암아 큰 자본으로 많은 생산을 하게 되니 적은 자본을 가진 사람, 세민, 농민들은 생업을 유지할 수가 없어 드디어는 가족이 흩어지고 방랑하다가 부랑자가 되고, 또 직장을 가져도 영양부족으로 병이 생기어 자녀 교육을 못 시키므로 불량소년이 생긴다"
약자의 사회적 불만이 사회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재물의 분배를 공정히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50년대 우리나라 교과서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였다니 놀랍네요.
"그뿐만 아니라 불우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므로 친화 협력이 파괴되고 국가 전체의 단결을 잃게 되어 국력이 쇠퇴된다. 그러므로 약자와, 불우한 사람을 돕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긴요한 일이다."
"국가기관이 재물의 분배를 공정히 하여 무산자를 보호하고 모든 국민이 안정을 얻게 해야 한다"
"또 근로능력의 상실로 자활하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에서 보호하고 직공에게 기술을 양성하고 농민에게 농토를 분배한다. 사기업에 있어서도 국가 경제상 필요한 것은 정부에서 원조 또는 통제한다."
50년대 교과서를 통해 보수적이었던 당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선 현재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적 보수파가 시간이 지나고 한국사회에 자본주의가 압도하면서 점점 경제적으로도 보수적으로 되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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