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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교육감에게 듣는 부산 교육 이야기

 

- "부산교과서는 제가 꼭 하고싶었던 일이었습니다"

- "서술형은 논술이 아닙니다. 아이의 생각을 듣는 겁니다"

- "독일은 구구단을 못외우게 해요"

- "학교에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착 10분 전에 알려줍니다"

 

 

 



 

김석준 교육감 교수 시절 부산대학교 교수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교수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반긴 건 거대한 책장이었다. 책장을 피해 들어간 교수실은 한마디로 책더미였다. 책이 공간 곳곳에 쑤셔지고 쌓여있었다. 교육감실에서도 교수실에서 본 익숙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교육감 책상 위에 보고서와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냥 도장만 찍을 거라면 쌓아둘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 읽고 결제하세요?"라고 물으니 그저 웃기만 한다. 교육감 책상을 보고 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적어도 보고서를 대충 올리진 않을 거 같다.

 


교육감 하시면서 '이것만을 해결하고 싶다' 그런 부산의 중요한 교육 현안이 있을텐데 3가지만 말씀해주십시오.

 

여러가지가 있는데 3가지만 꼽으라면 첫번째가 지역간의 교육격차 해소입니다. 그동안 애를 써왔는데 이게 교육만으로 줄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 쉽지는 않네요. 둘째는 학교통폐합입니다. 정부 기준으로 대도시 240명 이하는 통폐합인데 그 기준을 적용하면 부산은 100개 가까운 학교를 통폐합시켜야 합니다. 그건 사실상 어렵고 30여개 학교 정도는 통폐합을 해야하는데 학부모나 동창 이런 분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번째는 우리 사회 전체 화두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교육청도 50개 직종 1만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이분들 처우개선을 하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 과제입니다.



저는 부산교육청 하면 부산교과서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소위 대박을 쳤는데 어떻게 만들게 된 겁니까?

 

부산교육감으로서 부산에서 자란 아이들은 최소한 3가지는 해야한다 생각했습니다. 첫째, 물에 빠져도 살아남아야 한다. 둘째, 부산에서 중학교만 나오면 외국사람 만나도 도망 안 가고 어쨌든 의사소통을 한다. 마지막으로 부산에 대해서 잘 알고 자부심을 가지고 부산을 사랑하는 애들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를 두고 중학교 과정에서 부산의 재발견이란 책을 구상을 했습니다. 집필진들이 다 교사들입니다. 준비기간이 충분치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초등학교에도 부산교과서가 필요할 거 같은데요

 

초등학교 4학년에 지역 사회를 배우는 과정이 있습니다. 앞으로 3학년에도 그런 교육 과정을 또 개발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3년은 자기 동네를 배우고 4학년은 구 단위로, 중학교 오면 부산 전체에 대해서 배우는 겁니다. 학생들이 부산에 대해서 애정과 자부심을 갖도록 앞으로도 계속 업그레이드 해나갈 겁니다.

 


부산학박사시잖습니까?

 

김석준 교육감은 자칭타칭 부산학박사다. 그의 교수실에도 부산 관련 책들이 아주 많았다. 부산학 책도 여려권 저술했다. 부산학이란 개념이 없을 때 부산학의 기반을 만드는데 김석준 교육감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부산교과서는 제가 꼭 하고싶었던 일 중에 하나였죠. 집필하는 선생님들에겐 '우리 애들이 부산을 잘 알고 자부심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런 정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초기 편집회의 할 때 같이 의견 나누면서 편집방향을 잡았고요. 마지막에 가완성본이 나왔을 때 제가 교열을 보면서 맞지 않는 사진이나 삽화를 좀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교육감님 취임하고 바뀐 게 부산교과서만 아니죠. 부산의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문제를 없애신다고 하셨는데.


수업을 독서와 토의와 토론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수업의 변화가 제대로 완성되려면 평가방식도 바꿔야 한다 생각해서 그런 준비들을 3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현재 초등학교는 60% 이상이 수행평가를 하고 있어요. 시험 평가가 40%인데 그 중 절반은 단답식이든 서술형이든 주관식 평가입니다. 나머지가 객관식이니까 전체에서 보면 30%가 안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을 조금만 더 하면 객관식 평가는 안해도 되겠다 이렇게 판단해서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 거죠. 그게 아주 획기적이거나 대단한 거라기보다 우리가 그동안 쭈욱 해온 노력의 과정에서 한 단계 더 진행하는 겁니다. 언론에서 과대평가를 해주셔서 오히려 저희들이 놀랬습니다.



초등학교 객관식 폐지는 전국 최초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다소 불안해 하실 거 같은데

 

절대 염려하실 필요없습니다. 서술형은 논술이 아닙니다. 1학년과 2학년은 시험 자체가 없고요. 3학년과 4학년은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 되고 5학년과 6학년은 짧은 문단을 구성할 정도면 됩니다. 이거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발표하고 친구들과 말하고 듣고 집에서 엄마랑 책읽고 얘기 나누면 됩니다. 그거하려고 학원 갈 필요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부모님들 걱정은 우리 애 점수 또는 등수인데 서술형 평가는 점수를 평가하지 않고 순서를 안 정한다는 겁니다. '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또는 '이런 생각은 바로 잡아줘야 겠다' 이렇게 평가하는 겁니다. 이런 평가는 교사 연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교사들 전문 역량을 기르고 있고 누구라도 참조할 수 있는 길라잡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 초등학생은 새해부터 객관식 시험 안 봅니다

 


다행복학교도 부산 교육의 큰 변화였습니다. 잘 되고 있나요?


2015년 시작할 때 11군데 지정했습니다. 만덕고등학교가 가장 관심의 초점이었죠. 시의원들이 현장을 본다며 만덕고에 갔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만덕고가 제험활동 하는 날이었어요. 매주 수요일 오후에 수업 안하고 밖으로 나가거든요. 시의원들이 애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낸다고 말이 많아죠. 그런데 그 다음해 만덕고 입시 성적이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지각 결석 하는 학생도 없어졌고요. 예전엔 지원만 하면 다 들어갔는데 그뒤로 경쟁해야 들어가는 학교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다행복학교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 만족도도 높아졌고. 이제 적어도 다행복학교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었습니다.

 

 

혁신학교 변신 뒤 학업포기 0명..부산 교육실험 3년의 풍경

"혁신학교 길을 열다" 만덕고의 끝없는 실험 눈길



그럼 다행복학교를 더 많이 지정해야겠는데요.

 

저는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행복학교를 할려면 교사들 역량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거든요. 양적으로 확대되기 보다 이런 성과들이 잘 축적되어 다른 학교에도 참고가 되고 일반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부터는(인터뷰 당시 2017년) 학교 단위를 넘어서 지역 단위의 다행복지구 지정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시와 구, 교육청이 재정지원과 다양한 인적 지원을 통해서 지역 전체를 변화시키는 거죠. 그래서 환경이 열악하거나 불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다행복지구를 지정할려고 생각 중입니다.



2017년 부산시민을 놀라게 했던 소식 중에 하나가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일 겁니다. 사실 크게 기대를 못했던 것인데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 중앙에서 내려오는 교부금이 3천억 정도 줄었습니다. 원래는 2015년 1학년부터 시작해서 2017년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을 하려고 했는데 재정이 너무 어려워서 제가 2015년에 유예를 했습니다. 2016년부터 연차적으로 시행을 하려고 하니까 시의회에서는 1학년 전체를 주는 건 동의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예산을 모든 학년에 30% 씩 골고루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서 2016년에 실행을 했습니다. 


내년 부산 중학교 무상급식 실시...반대하던 부산시의회 입장 선회



그럼 계획대로라면 2017년엔 각 학년에 60% 정도 지원이었는데 전액 지원으로 바뀐 거였군요.


당시 촛불시위로 시민들의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게 영향을 미친 거 같습니다. 이미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하기도 참 궁색했죠. 이런 상황에서 시장님이나 시의회 의장님이 통큰 결단을 하신 거죠. 저는 솔직히 70% 정도까지 생각했는데 기왕에 할 거면 다 하자 이렇게 해서 2017년부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해주신 시장님이나 시의회 의장님을 비롯한 시의원들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해결해야할 부산의 교육 문제도 있습니다.  앞에 말씀하신 학교통폐합 문제가 그런데...

 

학급당 인원 수가 부산 평균이 25명 정도인데 원도심은 15명도 안되는 학교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인 학교도 적지 않고요. 한 반에 15명으로 이루어진 학교를 아이들이 6년 동안 다닌다면 어떨까요? 친구와 교제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굉장히 제한됩니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가 힘듭니다. 선생님 숫자도 적기 때문에 중학교 경우 각 과목 교사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전공 분야가 아닌 과목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적 여건을 제공하려면 적정 규모의 학생 수가 필요합니다. 



수능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는데 교육감님이 알기쉽게 설명해주면 불안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겁니다.

 

대학들이 점수만 볼 게 아니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 뽑아서 더 잘하게 하는 게 영재교육이 아닙니다. 정말 특정한 분야에서 남다른 능력이나 창의력을 갖고 있는 애들을 찾아내서 그걸 더 키워주는 게 영재교육입니다. 시험 잘치는 건 여러 능력 중에서 한 가지 능력이거든요.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시험 비중이 줄어들고 대학마다 다양한 기준으로 아이들을 선발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그에 맞게 중고등학교 교육도 바뀌겠죠. 아이들에게 부담주지말고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범위에서 아이들을 선발하는 기준을 대학이 찾아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씀 드리면 현재 수능 체제에서 대학은 학생 선발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점수대로만 뽑아왔단 말이죠. 이제 대학도 자기 가치와 기준에 따라서 책임있게 뽑을 능력을 길러야 되요.

 




대학의 개선만으로 될까요? 불안한 학부모들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선행학습 등으로 자기 위안을 할텐데

 

선행학습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거는 학부모님들 생각입니다. 독일은 구구단을 못외우게 해요. 아이들이 셈을 익힐 때도 손가락 발가락 연필 다 써가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름대로의 셈법을 익히게 합니다. 구구단 외워서 빨리 계산하고 이러는 거는 '반칙이다' 라는 게 독일 학부모들 생각입니다. 우리도 '쪽집게 과외로 시험 잘치게 하는 건 반칙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편법으로 점수를 올려도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다. 학부모들이 이런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학부모들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요.

 

부산교육청이 그런 학부모들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7년부터 학부모 아카데미를 시작했습니다.  10개 강의를 듣고 75% 이상 출석하면 수료증을 드립니다. 기수별로 모임도 만들어 학교에 참여도 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건지 같이 고민도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부모 문화가 바뀌어 학교의 변화와 학부모의 변화가 같이 갈 때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부모 모임을 통해서 할 수도 있었을텐데 따로 학부모 아카데미를 만든 이유가 있습니까?

 

학교운영위원회도 있고 학부모회 총연합회 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학교별로 대표 1명씩 뽑는데 그 대표도 대게 학생회장 엄마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됩니다. 보통 아이들을 둔 학부모님들이 서로 소통할 통로가 별로 없는 거죠. 그래서 공개모집을 통해서 관심있는 분들이 참여해서 같이 생각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앞으로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학교 현장에 자주 찾아기시죠? 예전에 저희들 어릴 땐 장학사만 와도 학교가 난리였는데 학교에서 불편해 하진 않습니까?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장에서 직접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부산에 학교가 640개 정도 있는데 부지런히 다녔는데도 지금까지 350개 정도밖에 못갔습니다. 아직 300개 더 다녀야 합니다. 미리 알리고 가면 청소하고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착 10분 전에 알려줍니다. 있는 그대로 가서 교장선생님과 교사들도 만나고 상황이 되면 학생들도 봅니다. 그렇게 가니까 민원들을 주로 많이 듣죠. 듣고 오면 실제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부산교육청 청렴도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얼마나 나아진 겁니까?

 

2014년엔 17개 교육청 중 16등, 2015년엔 7등, 2016년엔 5등으로 올랐습니다.

 


등수만으로는 청렴도가 와닿지 않습니다. 청렴도 평가는 어떻게 합니까?

 

청렴도 평가는 국민권익위에서 합니다. 학교 교직원은 물론이고 학교와 관계되는 일을 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방과후 학교 참여하고 있거나 했던 분들, 공사에 입찰했던 분들, 교육청과 업무 관련 있는 전문가나 기자들 이런 분들 표본 3만명 정도를 보내주면 권익위에서 그중에서 뽑아 전화 여론조사를 합니다. 

  

3년 만에 16위에서 1위로 올라선 부산시교육청 청렴도



청렴도 개선을 위해 교육감님이 어떤 조치를 하신 게 있나요?

 

학교를 옮긴 선생님에게 떡이나 만두, 화분을 보내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런 걸 일절 하지마라고 했죠. 주변 만두집과 떡집에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죠. 김영란법 생기기 전에도 금품이나 선물 같은 거 안받기로 하고 그런 거 있으면 반납하거나 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이 학교 가기 편해졌다고 합니다. 전에는 뭘 들고 가야할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전혀 부담없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석준 교수 '부산교육감 당선인' 신분으로 수업

 


12월 부산교육청은 2017년 청렴도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인터뷰 후에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김석준 교육감은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다. 대학교수 재임 중 진보정당 후보로 선거에 5번 출마한 이력이 있다. 그런데 그 5번의 선거기간 중 김석준 교육감은 단 한 번도 수업을 빼먹지 않았다. 심지어 선거운동 기간 중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중간고사 레포트를 내지 않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4년만에 꼴찌였던 청렴도를 1위로 만든 데엔 이런 김석준 교육감의 원칙과 뚝심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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