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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가 되버린 소통시정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 후 내건 시정의 첫 화두는 소통이었다. 인수위 시절 오거돈 시장의 소통 행보는 눈에 띄었다. 인수위와 별도로 시민소통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청와대의 광화문1번가를 벤치마킹한 ok1번가를 열어 시민들의 정책제안도 받았다. 전임 시장이 설치해 광장의 집회를 방해했던 불통의 상징 대형화분도 말끔히 치워버려 여론의 박수를 받았다. 당선되자마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오거돈 시장의 소통시정에 시민들의 기대는 높았다.


"시장과 공무원이 주도하던 시정을 시민 중심의 시정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시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시청광장과 시장실도 개방하겠습니다. 권위와 특권을 내려놓고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시정을 펼치겠습니다." 2018년 6월 13일 당선 직후 오거돈 시장 인터뷰


그러나 오거돈 시장이 당선되고 넉달이 지난 지금 처음의 그 기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시작한 ok1번가는 지난 8월 29일 문을 닫았다. 민선 7기가 소통 의지를 표방하며 런칭한만큼 여론이 주목했고 그만큼 효과를 높일 수 있었던 소통로였다. 그런데 이 소통 자산을 두 달만에 없애버린 것이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민원 게시판 등 기존 창구가 있다고 하지만 오거돈 시장의 브랜드를 걸고 런칭한 ok1번가와는 시민 참여도나 여론의 반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부산시는 딱딱한 정례조례를 문화행사와 함께 하는 직원과의 간담회로 바꾸고 사무실 안내판의 직원 사진을 활짝 웃는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소통시정의 성과로 홍보한 거 같은데 당선 직후 첫 화두로 던진 거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한 조치들이다. 시민들이 기대했던 건 이런 내부 이벤트 수준의 소통시정이 아니다. 부산시 공무원들을 교육하고 소통의식을 함양한다고 소통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이 소통에 함께 참여해야 소통시정이다. 민선 7기의 소통시정엔 바로 이 시민이 빠져있다.  


공무원들의 편의주의적 소통시정


청와대 청원 싸이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발하다. 오히려 갈수록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회적 이슈가 청원싸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부산시 공무원들은 왜 이런 좋은 롤모델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왜 반대로 여론의 주목도가 높았던 소통로까지 없애버린 것일까? 공무원들의 편의주의 때문 아닐까? 부담이 되는 건 최대한 축소하고 이벤트로 성과를 치장하는 편의주의적 행정에 오거돈의 소통시정이 결국 길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간담회를 열고 소통의식을 고취하는 내부 이벤트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태도를 바꾸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넓게 보면 편의주의적 시정이다. 만약 오거돈 시장이 물러나고 다른 시장이 오면 이런 내부 이벤트로 주입한 소통의식이 유지될 수 있을까? 소통이 시정이 될려면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소통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추진해야 소통을 시정에 구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오거돈의 소통시정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부산시의 소통시정엔 슬로건만 있고 실천방안이 없다. 조례 시간에 엄숙한 얼굴로 직원들의 정신상태 운운하는 과거의 상사나 부드럽게 웃으며 소통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현재의 상사나 직원 입장에선 똑같은 꼰대일뿐이다. 아무리 웃으며 부드럽게 말해도 방법이 없으면 그건 얼굴만 바꾼 잔소리이다. 좋은 상사는 웃으며 잔소리하는 상사가 아니라 방법을 알려주는 상사다. 소통이 부족한 원인을 찾고 그걸 극복할 실천방안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진짜 소통시정이다. 


실천방안 첫 번째, 소셜미디어에 주목하라


‘소셜미디어에 주목하란’ 말은 공무원들에게도 이미 구문일 것이다.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를 이 말을 또 하는 것은 소셜미디어가 지역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이전엔 지역엔 효과적인 미디어 플랫폼이란 게 별로 없었다. 지역의 미디어 자원이 빈약해서 중앙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보편화 되면서 메스미디어적 환경에 변화가 왔다. 지역에도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멀리 갈 거 없다. 부산시 페이스북 페이지만 해도 구독자가 17만명이 넘는다. 부산시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는 지역 언론을 능가한다. 이제 지역에서 ‘플랫폼이 빈약해 소통을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어진 것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지역 컨텐츠도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컨텐츠만 소비하던 대중들이 지역 플랫폼을 통해 지역 컨텐츠도 소비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사건이나 정보를 수천명이 공유해주는 일이 흔해졌다. 소비자가 생기면서 지역 컨텐츠 수요도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나자 지역 컨텐츠를 다루는 소셜기업도 생겨났다. 이런 지역 컨텐츠 수요 증가를 가장 기뻐해야할 곳은 지자체다. 왜냐면 지역 컨텐츠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부산시와 각 구청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지역의 소통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지자체 스스로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되었고 지자체가 가진 지역 컨텐츠도 그 가치가 높아졌다. 이 정도인데 소통시정을 고민하는 공무원이 소셜미디어를 모른다면 직무유기가 아닐까? 

 

실천방안 두 번째, 내부소통을 하라 


지난 11월 1일 부산시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산하려는 청년 중역회의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출범시킨 청년 중역회의는 내부소통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러한 내부소통은 부산시민들의 기대치와 차이가 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내부 소통은 부산시청 내부가 아니라 부산시와 각 기초자치단체와의 소통이다. 시민과 아무리 소통을 잘해도 부산시와 산하 자치단체 내부에서 그 흐름이 막히면 부산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의 소셜미디어가 공공기관에선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경찰의 소셜미디어 구독자가 32만명에 육박하는데 이런 놀라운 성과는 내부소통 덕분이다. 부산경찰과 각 경찰서의 내부 스토리를 발굴해 컨텐츠로 만든 게 주효했다. 부산경찰이 다양한 내부 스토리를 발굴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내부 소통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여론의 호응을 얻은 컨텐츠가 부산경찰의 다른 조직에도 자극을 주면서 본청 내부, 본청과 경찰서간의 내부소통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부산시청과 각 구청이 부산경찰처럼 경쟁적인 내부 소통을 하는 게 가능할까? 부산시청 공무원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어렵다고 한다. 기초자치단체인 구청과 산하 조직인 경찰서의 차이가 소통에도 차이를 만든다. 그렇다고 구청과 부산시의 불통을 부산시민이 감당해야할까?  어려움은 알지만 그 어려움을 이해받으려 해선 안된다. 그건 공무원의 책임이다. 광역단체와 산하 기초단체의 내부 소통을 이루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소통시정이 이룬 큰 혁신이 될 것이다. 


“시민의 삶이 나아지고 더 살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시와 구·군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구·군 단체장들과 지역 현안을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며 협력을 다지겠다.” 2018년 8월 13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과의 만남에서 오거돈 시장 발언.


실천방안 세번째, 소통의 자리에 참석하라


간담회와 토론회 등에 부산시 공무원들을 부르곤 하는데 실제 참석하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시민들 다수가 모인 간담회라면 쉽게 만들어진 자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부산시 공무원을 초청하면 주장을 들어주고 부산시의 의견을 얘기해주는 게 공무원의 도리다. 하지만 아직 이런 부분에선 민선 6기와 민선 7기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8월 22일 부산시의회에서 있었던 ‘지방공기업 공공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선 토론회 직전까지 연락했음에도 담당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아 토론회 중간에 부산시 공무원에 대한 성토가 한바탕 터져나왔다.




만남만큼 확실한 소통은 없다. 시민들이 부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게 시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소통이다. 부담스럽고 불편한 소통이라도 해야한다. 불편한 소통을 치열한 소통으로 만들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부산시의 입장도 수긍하게 해야 한다.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소통을 피하면 갈등이 시작되고 그 비용은 결국 부산시와 시민에게 돌아간다. 소통의 자리를 피하지 않는 것은 소통의 첫 걸음이다. 


소통시정 의지를 다시 다져라


당선자 시절 오거돈 시장의 브랜드는 소통이었다. 그만큼 오거돈 시장은 소통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였다. 그러나 오거돈 시장이 당선된지 네달이 지난 지금 부산시는 소통시정을 적당한 이벤트로 마무리하고 퇴장시키려한다. 소통이 정치적 슬로건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다 했다고 보는 것 같다. 시정의 첫 화두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쓰고 버리는 식이라면 오거돈 시정에 대한 전반적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정의 신뢰를 위해서 소통시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소통시정을 멈추지 않으려면 공무원들에게 소통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그럴려면 슬로건이 아닌 구체적인 소통시정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각 구청과의 내부 소통을 더욱 증진하며 시민과의 토론회나 간담회에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슬로건만 있고 실천방안이 없으면 시정이 아니다. 3가지를 제안했지만 실천방안은 추가될 수 있고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에게 무엇이든 소통시정의 적절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시장이 던지는 화두가 단지 정치적 포장을 위한 슬로건만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공무원들도 시장의 말을 주의깊게 듣게 된다. 


“소통 없는 조직은 조직원들 간에 단절로 인해‘합리’는 사라지고‘독단’과‘차별’이 지배하게 됩니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은 갈등의 합리적 해결이 쉽습니다. 그것이 곧 조직의 힘이 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소통의 힘이 21세기 한국을 바꾸고 있습니다.”  -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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